교환학생/교환학생 일기

[교환학생 일기 3] 하늘은 파랗고 건물은 주황

유린하의 인생일지 2024. 8. 14. 15:31

2024.08.09

쾌청이라는 말이 그 어느 곳보다 어울리는 뉴멕시코.

뜨거운 햇빛과 넓은 하늘을 자랑하는 이 땅에 흔치 않은 비가 내렸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하늘에 쌍무지개가 떴다.
살면서 저렇게 크고 선명한 무지개를 보는건 처음인데 거기에 쌍무지개까지 뜬 건 처음 본다.

사실 사진 찍을 당시에는 셰이마마가 쌍무지개라고 하셔서 찍었는데 잘 못 봤고... 찍고 나서야 사진에서 봤당🫠...

바에 가서 처음으로 foolsball을 했다. 내가 그런걸 진짜 못하긴 하는데 점수 못 따서 속상한 데보라가 내 팔뚝을 웃자고 살짝 쳤는데 너무 아팠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고 사과받았으나... 진짜 화 나는걸 꾹 참았다.

↑데보라와 마마셰이의 뒷모습...
바에서 나오자 셰이가 바로 옆 클라이밍장을 소개시켜줬다. 옛날에 한국에서도 클라이밍장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던 것보다 한참 높은 높이에 감탄했다.

당장 할 수는 없어 아쉽지만 너무 재밌어보여서... 다음에 꼭 다시 오기로 결심했다.


2024.08.10

아침 9시에 일어났으면서 무려 오후 1시까지 꾸물거리다가 김치볶음밥 해먹는 한국인.

하... 엄마가 해준 맛이 안 나서 속상해하는중

점심 다 먹었더니 마마셰이가 오늘은 꼭 벌새 구경 가라고 하셔서 밖에 나왔다. 저 유리병 안에 설탕물을 넣어두면 벌새들이 날아와 물을 빨아먹는다.

진짜 작고 귀엽다.(왜 한국에서는 안 살아주니...🥹)

토요일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저녁 파티.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게임을 즐겼다. 사람들 즐기는 곳에서 사진 찍는건 주최분과 손님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내가 함께한 젠가 사진만 한 장 찍었다.
저 커다란 젠가탑... 내가 넘어뜨려서 너무 부끄러웠음.


2024.08.11

일정으로 꽉 찬 하루의 첫 시작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신 마마셰이와 데보라, 헬렌과 함께 교회를 방문.

처음 들어가니 밴드가 공연하고 있었는데 실례될까봐 사진은 못 찍음. 마마셰이가 너는 크리스천이 아니라 노래 듣기 좀 그랬지...? 하시는데 아뇨 저 드럼 끝내준다(마마셰이도 내가 드럼을 친다는걸 아심) + 키보드 치는 애 잘생겼다 생각하고 있었어서 괜찮았어요 라고 대답하니 엄청나게 웃으셨다ㅋㅋㅋ. 아니 근데 키보드 진짜 잘생겼었다고

나의 쿵짝쿵짝쿵짜작 드럼과 눈호강 키보드를 떠내보내고... 신부님의 말씀이 시작되었다. 뭔가 성령에 대한 얘기같았는데... 30분 안되는 시간동안 내가 모르는 내용을 영어로 듣고 있자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졸아버렸다. (죄송...)

그리고 오늘의 메인 일정 산타페~!!!!

한국에서는 쉬이 찾아볼 수 없는 텅턴 빈 넓은 평야다. 뉴멕시코의 일부 토지는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들의 땅이라 개발할 수 없다고 한다.

근데 그거랑 별개로 땅은 그냥 많은 것 같다. 이 주 하나가 우리나라보다 큰걸요...

첫 방문 장소는 Meow Wolf.
이상한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설치미술이자 공간을 바탕으로 추리를 하거나 특이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티켓값은 인당 약 $45 로 거의 6만원에 임박한다. 너무비싸

주의사항의 개수는 재미와 정비례한다.

곳곳에 영상도 있는데 뭐랄까... 일반 가정집 속에 숨겨진 여러 공간들을 통해 외계인도 나오고 하는 SF적 미스터리를 탐색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진 메모와 상형문자같이 뿔뿔히 흩어진 단서들을 조합해 추리하는건... 거의 연간회원권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몫인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당최 어떤 정신적 세계를 가져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걸까 싶은 공간들을 돌아다녔다.

↓아래로 이상한 사진들 많음 주의.







대체 이게 뭔지 싶은데 꿈에만 안나왔으면 좋겠다.

사진상으로 여유있어보이지만 저 계단의 총 넓이가 지름 1미터정도 된다. 거의 끼어있는 상태. 내려가는것만 겨우 가능하고 올라가지는 말라고 적혀있는 듯 싶다.

이것도 나름 세계관이 있는듯.

장기와 속이 들여다보이는 연체동물과 일본어와 무언가가 섞인 듯한 문자들. 밑에는 피루... 어쩌구인데 뭘까.

꿈에 안 나왔으면 좋겠는 것들 추가요.

나혼랩 처음에 나오는 보스 닮았어요

사진 찍으면서도 공간 자체가 너무 기괴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꼭 약 하고 자면 꿈이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다.

저런 공간들이 작은 집의 벽난로 속에 기어가거나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등의 기믹으로 시작된다.

바닥이 구불거리는 화장실의 변기 속을 잘 들여다 보면

흙바닥 같은 곳에 누워 팔을 천천히 젓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거 보고 여기 정말 재정신 아니다 싶었다.

눈알 외계인과 이상한 잡지들.

열어보면 이런 사진들이 나온다. 무서워...

스쿠나랑 친구하면 쿵짝 잘맞으실듯.

거 내 꿈에 나오지 마소...

달걀귀신 얼굴의 나뭇잎 인간과 그 손에는 대체... 뭐지?

앞에 친구들보단 훨씬 귀여운 솜사탕 외계인들. 눈을 마주치지만 않는다면 별로 무섭지 않다.

눈이 마주쳤나요?

집에서 이어지는 이런 다양하고 넓은 공간들이 참 잘 구성되어 있다.

예술가들의 색 쓰는 능력은 참 대단하다.

하늘에 매달린 벌레들도 볼 수 있다.

4시쯤 너무 배가 고파서... 마지막으로 처음 들어가서 만난 산호초같은 나무들 속 사람과 인사하고 나왔다.

푸드트럭의 헬렌, 셰이, 데보라, 그리고 나(손가락임)

이런저런 메뉴들을 팔고 있다. 가격은 메인메뉴는 하나 시키면 18000원정도, 작은 간식들은 8000원정도 하는듯.

나는 Mexican Street Corn Cup을 주문했다. 맛은 절반 먹으면 질리는 맛이었으나 아까워서 다 먹음.

차에서 먹으면서 산타페 시내로 이동했으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진 촬영에 민감하다는 말을 들어 쫄아서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장터같은 곳에서 셰이마마의 선물을 구매했다. 주먹보다 작은 사이즈인데, 색깔 있는 돌을 직접 갈아 입체적으로 올린 작품이라고.

산타페의 어도비 양식 건물들.

산타페의 건물들은 대부분 갈색을 띄는데, 마마셰이 말로는 건물 외벽에 사용 가능한 색들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갈색과 관련한 수많은 색들 중 골라서 칠한다고...)

화창한 날씨와 낮은 층의 건물들이 어루어진다. 층고 또한 제한된다고 한다. 그래서 짓다가 높이 제한에 걸려버려 중간에 건설 중단한 건물도 봤다.

첫 핵폭탄 연구가 이루어진 장소도 이곳 산타페에 위치하고 있다.

The day of the dead의 해골 장식품들.

miraculous staircase. 중앙에 이를 지지하는 기둥 없이 지어졌다는 것이 인상적인 쉬이 믿기지 않는 구조다.

마마셰이의 남편분인 피터가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셨다. 야채가 많고 건강해서 좋았다.

저녁 먹고 월마트 방문했더니 불닭이 있음에 충격... 한 봉지 만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또 충격...

신라면 봉지 가격이 1.1만원...? 와중에 너구리는 더 싼게 신기했다. 원래 가격을 아는 사람이라 못 사겠어서... 1.23달러 컵라면 하나 겨우 집었다.

쇼핑 완료. 월마트가 9시에 문 닫는다고 해서 많이 사진 못했다.

쇼핑 리스트. 한국인은 김치와 함께라면 해외생활도 무섭지 않은 것이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