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교환학생 일기

[교환학생 일기 2] 사교성의 한계를 시험당하다

유린하의 인생일지 2024. 8. 14. 14:09

2024.08.08

벌써 미국생활 3일차가 되었다.

1일차에는 피곤함에도 의무감에 글을 썼는데, 2일차에는 정말로 죽을 것 같아서 글쓰기를 포기했다.


마음같아선 진짜 이렇게 부수고 싶음...


오늘은 내일 할 일이 없음 + 은근슬쩍 샤워를 건너뜀 파워로 글을 쓰기로 했다. 여전히 졸리긴 하다.

오늘의 주요 업적은

1. GEO Check in
2. Get some stuffs from ISI
3. Visit Walmart to buy some supplies
4. A nice Mexican dinner

정도였다. 업적이라고 하면 대단한 걸 이룬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지니 한번쯤 써보면 좋다.



오늘 아침 9시 30분에는 학교가 내가 학교에 잘 도착했음을 알리는 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GEO 에 체크인을 하러 가야 했다.

그래서 나이지리아에서 온 데브라와 파키스탄에서 온 아남과 함께 홈스테이 마마 셰이와 함께 9시에 출발하기로 되어있었다.

근데 나는 햇빛 때문인지 1시가 넘어서 잤음에도 5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잠에서 깨기 시작했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무려 8시에 지각인 줄 알고

대뜸 늦어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냄... 그리고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약속시간이 1시간 뒤었다는걸 깨달았다. 나중에 셰이에게 물어보니 셰이는 그때 자고 있어서 문자가 온 줄도 몰랐다고ㅋㅋ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커피 내려서 밖으로 나감.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풍경과 함께 커피를 홀짝이니 내가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까지 적었는데 잠들어서 아침에 이어쓰는중.

티타임을 즐긴 뒤에 학교에 GEO check-in을 하러 갔다. 학교로부터 몇 가지 설명들을 듣고 국제학생들이 도착했다는 것을 국가에 알리기 위한 서류들을 등록하도록 하는 작업이다.

나는 사전에 서류들을 거의 다 등록해 놓아서 문제 없이 잘 끝낼 수 있었다. 메일에는 2시간정도 걸린다고 되어있었고 나는 1시간 30분정도 걸렸다. 대학원생들은 조금 더 걸리는 것 같았다.

셰이가 ISI까지 걸어올 수 있냐고 해서 길도 알아볼 겸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 UNM 지도와 함께라면 자신감이 상승한다.

ISI에서는 여러 가구나 식기, 조리기구 등을 학생들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나는 자전거는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있댄다!! 유후~

심지어 점검된 자전거는 40~50달러정도 받던데, 가격이 적혀있지 않아 물어보니 점검이 안된 자전거들은 무료인 대신에 자전거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직접 고쳐야 한다고 한다.

미취학 아동일 적부터 자전거와 함께 살아온 나는 바퀴 바람이랑 브레이크 대충 잡아보고는 신나게 자전거를 업어왔다.

아남도 하나 나도 하나 사이좋게 자전거를 얻어오면서... 우리는 새 자전거가 생겼다.

오늘 새로 온 헬렌과 ISI에서 가져온 잡동사니들을 집으로 옮긴 뒤 우리는 월마트와 트레이더조를 방문했다.

셰이가 아남과 나를 위해 자전거 잠금쇠를 하나 선물해주셨다. 셰이한테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ISI에 있는 베개들은 상태가 영 아니라서 베개 두개는 새로 사서 장만했다. 각 4달러도 안 하는 가격이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정리를 마치고 6시즈음이 되자 셰이가 우리를 멕시칸 레스토랑으로 데려다줬다. 뉴멕시코에 왔으니 멕시칸 푸드를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하면서...

마리아치 문화도 소개해줬다. 멕시칸 식당에서는 손님이 밥을 먹을 동안 마리아치들이 음악을 연주해 준다고 한다. 음악 러버인 나한테는 너무나도 반가운 문화였다. 듣고 있으면 화려한 기타 소리와 둘이서 절대 떨어지지 않고 착 붙어있는 박자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음식 이름... 타코 빼고 다 까먹었어잉...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는 칩과 살사 소스가 나왔다. 난 칩 위에 소스를 퍼서 얹어서 먹었는데, 세상에 그렇게 먹으면 맵지 않냐며 셰이가 신기해했다. 맵긴 하나 맛있던데... 한국인이 매운걸 많이 먹긴 하나보다. 참고로 나는 한국에서 마라탕 1.5단계 먹는 사람이다ㅋㅋ 아마 평균인듯.

음식 맛은... 글쎄다. 그냥 그랬다. 남이 사준건 일단 맛있다고 하고 남기지 않는 한국인으로서 맛있다고 하면서 먹었으나 첫 칩이랑 마지막에 나온 기름진데 꿀발라먹는? 빵을 제외하면 전부 김치가 그리운 맛이었다.

그래도 우리를 위해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셰이가 너무 고마웠다. 가난한 대학생으로서 대체 이걸 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감사하는 말씀만 계속 드리고 있다.

아니... 돌아가는 길에 바깥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찍은 사진인데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나오질 않았다. 뉴멕시코의 뷰는 정말 아름답다. 한쪽의 큰 산을 제외하고 고층 건물이나 산이 시야에 없어서, 거의 뒤의 10키로 너머까지의 구름도 보인다. 그래서 신기한게 요며칠은 계속 어딘가에서 번개가 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느낀 지금까지의 뉴멕시코는 이렇다.

1. 일교차가 크다. 여름 아침에는 20도까지 내려갔다가도 낮에는 35도 너머로 올라간다.

2. 매우 건조하다. 입술이랑 손톱 옆이 난리부르스다.

3. 북쪽 주택가 치안이 가장 좋고 밑으로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다. 이건 조금 더 알아봐야 할듯.

4. 운전을 한국보다는?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 다들 차선 변경이나 우회전 좌회전을 여유롭게 하는 걸로 보인다. 그거랑 별개로 운전자들이 화가 많다ㅋㅋㅋ

5. 아시안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뭐... 아직까지 얼마 지내지 않았으니 조금 더 있어봐야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또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다. 아자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