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교환학생 일기

[교환학생 일기 1] 다사다난해도 일단 미국에 가야 하잖아요

유린하의 인생일지 2024. 8. 7. 23:02

 2024.08.06

교환학생을 위해 미국에 입국해야하는 전날의 나... 는 정말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시작부터 일은 꼬이는데 나는 혼자 미국에 가 본 적이 없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본인 나라마냥 혼자 신나게 쏘다녀도... 미국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원인은

↑ 바로 저...


저놈이었다...

물론 혼자 외국에 나가 사는 것과 출국 입국 그 자체에 대한 걱정에 휩싸여 있는 출국일 전날.
점심밥을 먹고 있는 내게 날아온 문자...

8시간이나 미뤄졌어요 죄송합니다!

 

네...?

난 정말 열심히 밥을 푸던 숟가락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릴 뻔 했다.

8시간이요? 대충 12시 비행기었으니 비행이 26시간쯤 남은 상황에 일방적 통보를 받은거다.

LA가 최종 목적지이거나 환승을 하더라도 표가 이어져 있는 사람은 그저 일정이 미뤄지거나 날아가는 것이었겠지만... 나는


5시간정도 텀을 두고 뒤에 비행이 또 있었다.

밥먹다말고 뛰쳐나가서 컴퓨터를 키러 감...

내가 이용한 델타 항공은 시간 변경을 지원하고 있었다. 내가 표를 구매한 당시 돈을 더 주고 시간 변경이 가능한 표를 구매했으므로 시간 변경이 가능했다.


그러나 새 항공편이 기존보다 비싸면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는데...


출발을 코앞에 둔 티켓은 구매 당시보다 2배 이상 올라있었다. 한화 24만원 정도에 결제했던 티켓이 지금은 55만원이 되엤는 마법...


근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변경란에 차액이 0원으로 표시되어서 한 푼도 내지 않고 변경에 성공했다.

아마 구매 당시의 가격이 같았던 표라면 차액이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날을 고를 경우 현재의 금액을 기준으로 측정해 거의 42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이정도면 수수료 내고 취소하고 다시 끊는게 몇만원 싸다)


입국심사 + 짐 찾기 + 체크인까지 해야 하는 내 환승 시간이 약 3시간정도 남으면서... 이젠 2시간도 연착되면 최소 70만원의 손해와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상황... 그냥 기도 메타에 들어감.


12:50에서 20:40까지 딜레이된걸로 모자라 추가로 20분가량 더 늦춰버리는는 에어프레미아. 거기에 체크인까지 줄을 1시간 30분 서게 되며 나는 정신이 나갔고...


내 흰 옷을 화장실에서 세 번이나 빨간 점 지우게 만든 육개장을 사먹을 때 까지도 정신이 없었다.


대전에서 점심에 나와 밤이 다 되어 비행기를 타고... 30분이나 더 늦게 뜬 비행기가 출발하고 나서야 나는 드디어

날아간 정신을 붙잡고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아직까지 부부의 세계 안 본 사람 나야나

세 편이나 봤으니 무려 4시간 동안 본거다... 내 생각에 4시간 부부의 세계 2시간 잠 2시간 밥 먹었지 싶다.

크림 파스타에

소고기 비빔밥 야무지게 먹으며 당최 가질 않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래도 도착은 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입국심사를 1시간 줄 서서 기다리고 나면...

LA는 당신을 환영해요우

근데 아직 해야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 짐을 찾아서 다시 부쳐야 했고, 내 esim은 왜인지 데이터가 안 터져서 나를 공용와이파이 찾아다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위탁수화물에는 추가금이 있다.

미국 국내선의 경우 기내수화물만 갖고 타는 사람이 많으니 위탁수화물은 전부 미포함에 추가금을 주고 부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큰 짐을 35달러 주고 부치고 영수증 들고 직원분께 저 가도 되나요...? 시전하는데... boarding pass가 있어야 된다고 하셨다. 나는 그거 듣고 boarding pass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탑승권이었다.

비행기 타러 와서 탑승권도 모르는 애...

직원분 도움으로 표도 뽑고 이때까지만 해도 시간도 바꿔주고 직원도 친절한데! 좋잖아!! 하고 있었는데 금방 뒤집힐 마음이었다.

표를 뽑고 게이트로 돌아가는 길에 데이터도 고치고... 이때까진 순조롭구나 싶었다.

앙증맞은 사이즈의 기내용 캐리어.

나는 큰 짐을 부친 후 크로스백 + 백팩 +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있었다. 이 캐리어가 작긴 하지만 워낙 걱정이 많아 체크인 당시 직원 세 분께 이거 들고 들어가도 되는지 확인받았다.

그러나... 오호호 비행기를 타볼까 하며 티켓을 찍자 한 직원이 나를 가로막았다.

어이! 소코마데다!

하는 것 마냥 가로막고 짐이 3개니카 캐리어를 체크인하라며 막무가내로 내 캐리어에 짐 식별표를 붙이기 시작했다.

내가 2번째 수화물 돈 내기 싫어서 일부러 작은 거 갖고 왔는데 진짜 어이가 없어서... 짐 3개가 문제면 너가 크로스백을 백팩 안에 넣어서 다시 오겠다 하는데도. 아니요~ 그냥 부치셔야되요 안에 들어가서 추가 체크인하세요~ 하면서 그냥 입구로 날 집어넣어버렸다.

아니 님들 직원들 세 명이 괜찮다는데 왜 님만?!?!

원래 나란 여자 이런 일 참지 못하는 편인데... 영어로 싸워야 하는 입장에서 전투력 반의 반토막 나고 속으로 화만 삭히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갑자기 불쑥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어우 저것들 저거 나는 저놈들 저러는거 진짜 싫더라 왜저러는거야? 그거 그냥 위에 올리면 되니까 무시해요~

내 뒤에 오던 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갑자기 나타난 대화상대에 나는 다른 직원분은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개수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도... 하며 억울함을 토로하다가 그냥 그 여성분 말을 듣기로 했다.

응 몰라~ 하며 체크인 하라고 준 종이는 주머니에 쑤셔넣고 그냥 알반가 하면서 윗 서랍에 넣었다.

비행기 안 직원들 중에서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나보다 짐 많은 사람도 많았는데...

어리고 아시안이라 만만하게 본 건 아닌가 싶은데 화낼 힘도 없어서 그냥 말았다.

걱정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마지막 비행기를 타니 마음이 놓였다.

밤비행기의 낭만은 바닥에 뜨는 별이야...

약 2시간 가량 타고 Los Angeles에서 Albuquerque까지 이동했다.

엘버커키 공항... 이젠 사진 찍을 힘도 없는데 겨우 한 장 찍었다. 진짜 힘들어 뒤지겄군... 싶은데 내리고 나니 홈스테이 집주인이신 셰이씨가 날 기다리고 계셨다.

갑작스러운 체력 회복

내가 23키로 캐리어 잘 못 드니까 대신 들어주시고... 차 타서 같이 수다 떨고 하니 살 것 같았다. 비루한 영어실력이라도 칭찬해 주시고... 요기 건조하니까 립밤 잘 바르라는 꿀팁도 주셨다.

내가 지내게 된 2층 방. 옆자리에는 다음 날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고 한다.

길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혼자 해낸 내가 자랑스럽다. 아직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모쪼록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