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미국 교환학생] 교환학생 갈까 말까? 간다면 언제? 파견교 결정 및 지원 준비, 합격까지.

유린하의 인생일지 2024. 8. 6. 00:34

 어쩌면 대학생일 때가 아니면 체험하기 가장 힘든 경험인 교환학생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 싶기도 하지만, 나는 원래 한 그릇에 마라탕김치찌개마카롱 만들기를 거리끼지 않는 사람이니 괜찮다. 이렇게 된거 네이버 블로그 반 티스토리 블로그 반 정도의 분위기로 간다.

 

 나는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이 옛날부터 있었다. 외국에서 공부한다는게 너무 멋있어서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 1순위에 있는 일이었다. 옛날엔 갈까? 하면 뚝딱~ 하고 가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직접 겪어보니 세상에 이런 고생도 고생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 교환학생을 쉽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어도 되는 사람 :

 

교환학생~

- 갈지 말지 고민됨

- 가고 싶은데 언제 갈지 고민됨 (교환학생 몇 학년에 갈지)

- 준비 과정이 궁금함(그리고 준비 기간이 넉넉함)

- 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있음

- 붙었는데 앞으로 해야할 일이 궁금함

 

 이 글을 읽으면 안 되는 사람:

 

 - 바쁘다 바빠 당장 내일이 면접이고 시험이고 마감일이라 정보가 급한 분

 

 

 

 교환학생으로서 얻는 것들은 넓어지는 시야, 해외 경험, 독립성 함양, 인간관계 풀의 넓어짐... 등 다양하고 진부하니 자세히 서술하지 않겠다. 얻게 되는 것들은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기 쉬운 잃게 되는 것들은 쉽게 지나쳐서는 안된다. 과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어려움과 손해가 따른다.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교환학생 단점>

 

 1. (2~3학년 즈음 가는 경우) 교과 과정이 꼬인다. 문과의 경우 덜하지만, 공대의 경우 선이수가 걸린 과목이 많고 연구 등 졸업프로젝트에 지장이 갈 수 있다. 최소 한 학기에서 1년은 더 다니게 되거나 계절학기에 시달릴 일이 뻔하다.

 

 2. (4학년 즈음 가는 경우)  취업 준비 중간에 시간이 뻥 뚫린다고 보면 된다. 졸업 앞두고 바로 나와서 반 년~ 1년 가량 외국 나와서 생활하다 보면 전공 지식이 머릿속에서 흐려질 가능성이 있으며(꽤 높다) 그 시기의 동기와 교수님들과의 중요한 연들이 흐려지게 된다. 개인 역량에 따라 불명확한 리스크지만 '맥이 끊긴다'.

 

 3. 교환학생 준비를 한다는 것은 꽤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교환학생 준비하느라 어학 시험도 봐야 하는데 당장 전공시험나 학교 일이 계속 섞인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한 피로감을 준다.

 

 4. 서류작업 및 비용 지불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매우 많고 복잡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이트와 서류와 내야 할 돈들이 종류별로 많다는 걸 나는 교환학생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

 

 5. 돈. 이건 얼마나 쓰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출국 전 준비 비용으로만 (항공기, 기숙사비 포함) 천만원 정도 소비했다. 생활비는 별도로 나갈 것이다. 미국에 반 년 간다고 한다면 나는 준비 비용으로 1천만원, 생활 비용으로 최소(정말 최소로) 700만원 정도 해서 최소 1700만원은 염두해 두고 가라고 하고 싶다. 실제로 내 교환교에서는 내가 교환학생을 과정을 무사히 마칠 비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가 최소 약 900만원 가량의 돈이 있는지 사실 증빙을 요구했다. 이건 최소비용이니 넉넉하게는 한 학기 가면 2천만원, 두 학기 가면 3.5천만원은 보고 가자.

 

 

 나는 5번을 충분히 감수했다. 내 수중에 천만원 가량의 돈이 있었고, 부모님께서는 감사하게도 지원을 해주신다 말씀하셨다. 이후 장학금을 1100만원가량 추가로 받아 부담을 덜기도 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후의 일어난 행운이니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생각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1번과 2번은 냉정히 말하면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의 일이므로, 가장 굳게 마음먹으면 되는 건 3번과 4번의 준비 과정상 스트레스다. MBTI가 J라면 추천한다. 하지만 P면 스트레스성 탈모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순서가 뒤바뀔 수 있지만 대략적인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교환교 결정

주로 학교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대학 중에 고르게 된다. 항상 같은 교환교가 리스트업 되어있는 건 아니지만, 지난 1~2년간 각자의 대학교에서 어떤 학교 교환학생을 모집했고 어떤 조건을 요구하였는지를 확인한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학교 국제공지에서 이전에 모집했던 학교들의 자료들이 남아있었다. 국가별로 리스트업해 학교의 위치, 기숙사, 특징, 요구사항 등을 알아보고 어떤 학교에 지원하고 싶은지 결정하면 된다. 여러 나라와 학교들이 있고 영어 사이트를 일일이 뒤져 내 전공 과목이 있는지, 기숙사는 있는지, 등등 찾아보는 과정이라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2. 어학 성적 및 자소서, 면접 준비.

 학교를 골랐다고 그냥 갈 수 있는게 아니다. 대학교에서 교환교에 보낼 학생을 고르는 과정에서 선발되어야 한다. 교환교에 따라 IELTS, TOFEL(ITP 또는 IBT 등) 등 다르게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어학 성적 또한 준비해야 한다. 주로 영국 학교의 경우 IELTS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미국 학교의 경우 IELTS 와 TOFEL 중 선택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진지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은 2달 정도 공부해서 시험을 보는 것 같았다. 시험비가 대략 30만원이라 한 번에 합격하는게 돈 아끼는 길이다.

 

 나는 귀찮은게 많고 공부싫어인간인데다가 막상 공부하려니 인강비도 교재비도 아까워 공부를 안했다. 시험 당일날까지 될대로 되라 하고 봤는데 다행이 6.5를 맞췄다. Writing과 Speaking에 찍힌 선명한 6이 공부를 안했음을 증명해준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에 붙어야 하는 분들은 공부하고 보시길 권장드린다. 손위 형제가 IELTS 준비하는 법 물어봤는데 공부 안 해서 모르겠다고 대답해줬다. 시험 보기 2시간 전에 Writing 유형 대충 보다 들어갔으므로 나의 공부법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성적이 간절하신 분들이거나 높은 컷을 맞춰야 하는 분들은 꼭 넉넉히 공부하고 보시길. 반대로 수능 1등급 맞으시는 분들은 컷이 5.5 밑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어학 성적을 받을 때쯤만 해도 정말 큰 일 했다, 거의 다 왔다 싶었는데 이건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사실 나는 학교 결정보다 어학 성적 받는 것을 먼저 했었다. 그래서 뒤에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어학 성적을 마련했다면 자소서를 쓰면 된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수학계획서 작성을 요구했다. 언제 읽어도 부끄러운 글이라 올리지는 않지만 자기소개 / 지원 동기 / 학교(과)와 나의 연관성 / 내가 배우고 싶은 것 / 교환학생으로서의 목표와 다짐 등을 작성하였다. 아예 막막한 분들은 이러한 키워드들을 참고해 작성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면접은 한국어 면접 + 영어 면접으로 두 번 나누어 진행되었다. 영어권의 경우 영어, 일어권 / 중어권의 경우 일본어와 중국어 면접이 있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진부한 질문들 밖에서 벗어나진 않는 것 같았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1. 자기소개

2. 국가 선택 이유 / 국가 소개

3. 교환교 선택 이유 / 교환교 소개

4. 교환학생 지원 동기 / 가고싶은 이유 / 얻고싶은 것

5. 듣고 싶은 수업이나 하고싶은 활동

6. 교환학생으로서 마음가짐

7. 마지막 한마디(PR 등)

 

등이 가장 전형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물론 이 틀에서 벗어난 질문으로는 교환학생의 자질, 영어로 우리 학교 소개, 2or3지망 배정 시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의 장단점, 취미, 전공 등이 있을 것이다. 영어가 나쁘지 않다면 자잘한 것들은 그때그때 하고 큰 건 수려한 문장으로 만들어 외우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암기력에 의존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단, 외웠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

 

 자소서, 면접, 성적 등의 평가 기준을 넘어 합격하면 된다. 그러면 일단 자격은 갖춰진다. 쉽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교환학생을 총 두 번 지원해서 첫 번째에 불합격 후, 반년 뒤 두 번째 지원에서야 합격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 합격 당시 경쟁률이 대략 3.5 : 1 이었다. 미국의 경우 인기가 많아 쉽게 볼 일이 아니니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4학년에 졸업을 미루고 지원하는 거라면 진지하게 임하길 바란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교수님들도 다 아시고 안 붙여 준다.

 

 당장 4~5년 전만 해도 졸업 앞둔 고학번들 우선으로 붙여 준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으나 요즘은 그러면 큰일 난다. 나의 경우 2학년으로 상당히 낮은 학년이었는데도(심지어 첫 지원에는 100명 중 한 명 있을까 한 1학년이었다) 붙었다. 면접을 보면 4학년 >> 3학년 >>>> 2학년 >>>>>> 1학년 정도의 분포다.

 

 최종 합격 140명 중 1학년 0명, 2학년 8명, 3학년 51명, 4학년 이상 81명이었으니 4학년 60%, 3학년 35%, 2학년 5% 정도의 비율을 갖는다. 설령 1학년에 합격해도 2학년 1학기에 가게 되니 95% 이상이 3~4학년에 가고 나머지 5%가 2학년에 가는 것이다. 

 

 나는 전체 교환학생 중 5%에 해당하는 2학년이면서 공대생이고 그 중에서도 졸업이 어렵기로 유명한 컴퓨터공학과 학생이다 보니 정말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 전공교수님께서도 컴공과에서 교환가는 학생 적어도 나는 4~5년 안에는 못 봤다 하시니... 내가 참 별난 도전을 하려고 하는구나 싶었다.

 

 교환학생을 가면 큰일나는 과임에도 교환학생을 갈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결심 덕분이었다.

1. 2학년에 후다닥 갔다와서 3학년부터 전공공부를 미친듯이 하겠다.

2. 추가 학기를 감수하겠다.

 

 교환학생은 정말 일반적이고 쉬운 길은 아니다. 나도 옛날부터 꼭 가고 싶었고 해보고 싶은 일이었지만 중간에 포기할 뻔한 적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은 하는게 맞긴 한데... 이 뒤의 자세한 절차와 고생들은 다음 글에서 설명하려 한다.

 

 


 

그리고 잡설...

 

미친듯이 준비하다보면 출국 날이 오긴 하더랍니다... 나야나 내일 출국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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